평범한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주연과 조연이 있다면 따뜻한 밥과 국 한 그릇 입니다. 된장국이든 김치찌개이든 무언가를 끓이다 보면 꼭 마지막에 필요한 것은 적절한 간을 맞추는 일이죠.

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팔팔 끓는 육수를 한 국자 덜어내어 살짝 식힌 후 맛을 봅니다. 팔팔 끓는 육수에서는 짠맛이 덜 느껴지기 때문에 간을 더 짜게 하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죠. 식은 국이 짜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.

어릴 적 부엌에서 셀 수 없이 간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. 어머님은 분주한 저녁을 마무리할 때 꼭 저를 부르셔서 간을 보게 하셨습니다. 직접 한 요리의 간을 보는 것은 가끔은 헷갈리기 때문이죠.

디자인을 하다 보면 마지막 아웃풋을 앞두고 간을 맞추는 시기가 옵니다. 직접 한 디자인을 놓고 강약을 조절하며 간을 잘 맞추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. 엄청난 숙련도를 요구하는 일이라 생각이 들지요. 아이디어와 결과물이 층층이 쌓여갈수록 처음 생각했던 디자인에 대한 확신은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. 간을 잘 맞추기 위해 한 국자를 떠서 식히고 가족에게 간을 보게 하는 것은 디자인에도 꼭 필요한 일 같습니다.